본문 바로가기

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보궐선거에 즈음해 선거구제 개편도 논의해야

박연차 리스트 등으로 정치권이 어지럽다. 새 정권 출범 불과 1년여 만에 제도적 정치문화가 20여년 전으로 되돌아가는 형국이다. 하여 봄은 왔으되 봄 같지가 않다. 하지만 봄바람이 부니 어김없이 다시 정치의 계절이 다시 온듯하다. 매년 봄가을에 두 번씩 실시하도록 규정된 4.29재보궐 선거가 불과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것을 염두에 두고 하는 이야기다. 더구나 전북은 전주의 두 지역구에서 재보궐선거가 치러지니 도민들의 관심도 그 어느지역보다도 뜨겁기만하다. 고향에 가도 선거얘기, 서울에서 동향사람을 만나도 온통 그 이야기다. 물론 관심의 핵심은 전주 덕진지역구에 정동영 전 장관이 공천을 받아 출마할 수 있느냐, 혹은 고향에 출마해야 하느냐와 전주완산갑 지역구에 누가 공천을 따낼 것인가에 모아진다. 관심의 포인트가 이런 문제에 쏠리는 것은 지난 번 잘못된 선거결과를 다시 뒤엎고 새 지역대표자를 뽑는 선거인 만큼 당연할 터이다. 하지만 나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이런 지엽적인 현안보다는 우리 정치문화를 새롭게 개혁해야할 보다 본질적인 의제를 제기하고 싶다. 다름 아닌 정치체제와 선거구제에 대한 문제이다.

권력지배체제 문제는 다음에 짚어보기로 하고 먼저 선거구제를 살펴본다. 누가 뭐라해도 현재 한국정치문화의 가장 큰 폐악은 지역정당구도일 것이다. 이른바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지역감정에 기반한 투표행태 말이다. 그간 많은 정치지도자들은 중요 고비때마다 "만성적인 지역감정타파"를 정치구호로 내걸었다. 특히 영남패권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라할 김대중 전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동진(東進)정책'이라하여 영남챙기기에 나섰으나 헛수고에 그쳤다. 또한 '지역구도 타파'를 필생의 화두로 삼았던 노무현 전대통령도 재임중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역시 실패를 자인해야했다.

정당의 지배구도 개혁이나 국가지배권력의 인사탕평책 등으로 지역구도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 견해는 이제 부질없는 구두선임이 드러났다. 지역구도문제는 이제 이 같은 순진한 접근보다는 선거제도의 개혁으로만이 그나마 가능하다는 게 정치학계나 뜻있는 정치권에 공감대로 형성돼가고 있다. 이들의 견해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한국정치가 지역정당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본원인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물론 1인2표제로 정당투표에 의한 비례대표를 가미하고는 있지만 비례대표가 전체 299석중 54석에 불과하다.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은 특정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정당이 그 지역의 의석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지역별로 득표율과 의석수가 비례하지 않아 국민의 대표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바로 이 때문에 지역정당이 지탱한다는 점이다. 지난 17대 총선의 경우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52.3% 득표하고도 의석은 총66석중 90.9%인 60석을 차지했고 32%를 득표한 열린우리당은 단 4석을 얻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은 47.7%의 민의는 국회의석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득표율대로라면 하나라당은 35석, 우리당은 21석을 차지했어야했다. 이 같은 현상은 호남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지난 18대 총선에서도 되풀이됐다. 따라서 지역민의의 등가성확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중대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해야만 한다.

다행히 최근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주장했다. 김 의장은 제주대 강연에서 "의원이 지역구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도록 선거구제 개편을 조심스럽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를 개편 논의를 촉구했고 홍 원내대표도 부경대 특강에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는 게 어떠냐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모처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한나라당이 물꼬를 튼 만큼 조만간 구성될 국회 정개특위에서 이 문제가 활발히 논의돼 획기적 성과가 있길 간절히 기대해본다./3월23일자 전북일보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