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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기초의원,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해야


이런 것을 보고 '난장판'이라고 할 것이다. 뇌물수수혐의 등으로 쑥대밭이 돼 버린 요즘 서울시의회를 일컫는 말이다. 시의회의장이 뇌물공여혐의 등으로 구속된 데 이어 30여명의 시의원이 사법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참으로 부끄럽고 한심한 일이다. 특히나 지방자치제도가 1987년 민주화 대투쟁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문제는 지방의회의 추문이 비단 서울시의회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미 부산, 경기 등지에서 유사사건이 터져 나오고 있다. 또한 한나라당이 초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수도권과 영남지역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호남지역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오십보 백보다. 제4기 자치단체장 중 3분의 1이 각종 비리혐의 등으로 기소됐고 어느 지역은 역대 단체장이 모두 중도하차하는 진기록마저 세웠다. 그러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안 담글 수 없듯 일부 지방의회의 문제가 심각하대서 지방자치제마저 폐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방자치제도가 이 지경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지역이라 할 것 없이 특정 정당이 단체장과 의회를 장악하는 바람에 내부 견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데 있다. 단체장과 의원이 한 편이 돼서 이른바 '누이좋고 매부좋은' 제도를 도입하고 정책을 집행해도 견제를 할 방안이 없다.

필자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지방의회, 이 가운데 우선 기초의회만이라도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제언한다.

애초 기초의회 정당공천제는 여야간에 논란이 많아 4대 동시지방선거를 앞둔 지난 2005년에야 도입됐다.

정당공천 찬성론자들은 중앙정치와 지방정치를 연계하여 정치의 효율성을 제고시켜 준다는 점을 주로 거론한다. 또한 정당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지방정치에서 검증되지 않은 '지역 토호'들이 난립할 것이라는 우려도 거론한다. 다 옳은 지적이다.

반대론자들은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예속돼버린 다는 점을 든다.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은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 또는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로 표면화된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 총선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사실상 차기 공천권을 거머쥐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에 대한 줄서기가 다반사로 일어났다. 지방의원들은 자신의 조직을 총동원해 현역의원의 경선과 본선 당선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기초의원들은 총선에서 사실상 '유급 동책(洞責)'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지방의회는 지난 총선과정에서 개점휴업 또는 아예 폐점한 곳도 있었다.

다행히 지방의원 공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구일보가 최근 실시한 '정당공천제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대구시민의 57.6%가 정당공천제 폐지를 찬성했다. 국회 지방자치연구포럼(대표 이시종)은 오는 정기국회에서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는 다음 지방선거때부터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그 길만이 중앙정치로부터 지방행정이 독립할 수 있는 첩경이다.

전북일보 7월31일자 '타향에서'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