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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청와대 홍보수석이라는 자리


새삼스럽게 청와대 홍보수석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28일 김두우 전 홍보수석이 특정범죄처벌법상 알선수재혐의로 구속된 후 홍보수석이라는 직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무수석, 민정수석, 경제수석 등과 함께 청와대에서 가장 중요한 수석비서관 자리다. 특히 대통령의 대국민메시지 등 이미지 관리를 총괄하는 한편 대언론관계를 책임져야하는 자리여서 폭넓은 인맥과 뛰어난 정무감각 등을 겸비해야한다. 때문에 역대 홍보수석은 예외 없이 중진언론인 출신들이 맡았으며 이들 모두 대통령의 최측근참모 역할을 부여받았다. 역대 홍보수석(김대중 정부 이전까지는 공보수석으로 불렸다)의 면면을 보면 노태우 정부시절의 김학준, 이수정을 비롯 김영삼 정부시절의 주돈식, 이경재, 윤여준, 김대중 정부 때의 박지원, 박준영, 박선숙 등 쟁쟁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이해성, 이병완, 조기숙, 이백만, 필자 등이 뒤를 이었다.

언론인이 현직에서 곧바로 정치권에 진입하는 데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하지만 현직을 정리하고 선거 캠프를 거쳐 임명직에 가는 것과 현직에서 곧바로 청와대로 직행하는 것은 사안이 다르다. 공정보도가 생명인 현업에 있다 일정기간의 휴지기 없이 곧바로 권부로 가는 것은 언론인의 윤리에 저촉된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지만 언론인이 현직에서 쌓은 자신의 경륜을 바탕으로 사회와 국가에 헌신하겠다는 차원에서 정치권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마냥 나무랄 수만은 없다. 실제로 언론인에서 정치인으로 전환해 나름대로 성공한 정치인도 많다.

그러나 최근 불거져 나온 언론인 출신 정치인사들의 잇단 비리행각을 보면 역시 언론계 출신인 필자로서는 차마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다. 구속된 김두우 전 수석을 비롯해 거액의 스폰서 의혹을 받고 있는 신재민 전 문화부차관, 홍상표 전 홍보수석 등 모두가 한때 한 취재현장에서 미운정 고운정이 들었던 지인들이란 점에서 연민의 정이 솟는 것 또한 어쩔 수 없다. 그들 모두 현직 기자 때는 각 분야에서 날리던 민완기자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특히 신재민 차관은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사회부장, 정치부장 3개 부장을 내게 건네준 인연이 있어 민망스럽기 그지 없다.

아울러 일선기자 시절 사리분별 능력이 빼어났던 이들이 정치권에 몸을 담은 뒤 자기절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점도 안타깝다. 필자가 보기에는 공직에는 추상같은 도덕관념이 뒤따라야하는데도 언론인 시절의 느슨한 도덕관념의 관성을 버리지 못한 게 추문에 휩쓸린 원인이 아닌가 싶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필자를 비롯한 노무현정부의 홍보수석을 비롯한 정무직 수석비서관들 대부분이 사정당국으로부터 금융계좌를 추적당하고 전화 통화내역을 조회당할 정도로 철저하게 뒷조사를 당했다. 특히 홍보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냈던 이병완씨의 경우는 고교 동문 기업들도 줄줄이 조사를 받아 모 기업은 사주 형제가 함께 구속되는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그러나 1년여에 걸쳐 철저하게 먼지털이식 조사를 받았으나 6명의 홍보수석 가운데 비리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단 1명도 없었다.

역대 홍보수석 가운데 현직에 있다가 비리혐의로 구속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정부가운데 집권기간 중에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잇단 비리혐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는 경우도 역시 드문 경우다.

미국에서 돌아온 이명박 대통령은 “소위 측근이라는 사람들이 인간관계와 공직생활을 구분 못해 생긴 일"이라고 진단하고 ‘측근비리 척결’을 주문했다. 하지만 비리척결은 대통령이 버럭 화를 내며 지시한다고 이뤄질 일은 아니다.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그럴 개연성이 있는 인물을 사전에 철저히 가려내서 고위직에 앉히지 않아야 가능하다. 또한 지금이라도 그럴 개연성이 있는 참모들은 비록 공신이라 할 지라도 차제에 모두 도려내야한다. 읍참마속이란 바로 이런 경우에 필요한 용어다./2011.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