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지방선거 후유증이 걱정된다



"기초단체장 선거(비용)는 20억~30억원, 광역단체장 선거는 100억원"

지난 주 한 중앙종합일간지가 발행하는 시사주간지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이 주간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역대 지방선거의 난맥상과 이를 토대로 올 지방선거에서도 재연될 소지가 높은 문제점들을 르뽀 형식으로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특집기사는 각 지역별 선거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방선거에 매우 많은 경비가 소요되고 공천과정에서도 은밀한 돈거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의 이 주간지 기사를 일부 옮겨보자.

“보통 기초단체장 선거 캠프에는 동책(洞責·동 책임자), 통책(統責·통 책임자)이라고 불리는 핵심 선거운동원을 둡니다. 그들은 관내 주요 인사들에게 향응을 베풀며 표밭 관리를 하죠. 한 자치구에 20개 동이 있다 치고, 1개 동에 10개 통이 있다 칩시다. 그럼 핵심 선거운동원만 200명이죠. 여기에 별도 부녀조직과 직능단체, 청년회 등 3~5개 파트가 더 있고, 이들도 동책이 있습니다. 이들을 합치면 300명가량 됩니다. 동책과 통책에게는 통상 500만원이 지급됩니다. 이들이 주로 (돈을) 뿌리고 다니죠. 경쟁이 치열한 동의 동책에게는 3회 정도 실탄(각 500만원씩)을 추가로 지원합니다.” 300명에게 500만원씩 지원하는 비용만 15억원. 여기에 사무실 임대료와 차량 대여비 등 이것저것 합하면 20억원은 훌쩍 넘는다. 특히나 6월은 농사철이어서 농사를 하루 접고 활동하려면 농사벌이보다 나아야 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했다.

좀 과장된 부분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 이 기사의 대강 골자는 현실과 일치한다. 법정 선거비용만으로는 도저히 선거를 치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법정선거비용은 기초단체장의 경우 9,000만원+(인구수×200원)+(읍·면·동 수×100만원), 특별·광역시장 선거는 4억원(인구수 200만 미만은 2억원)+(인구수×300원), 도지사 선거는 8억원(인구수 100만 미만이면 3억원)+(인구수×250원)로 계산된다. 이 예를 적용해서 나온 액수가 익산시의 경우 2억100만원이다. 법정선거비용제한액과 실제로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선거비용과의 차이가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는 심각한 문제다. 정치권은 당초 돈 적게 드는 이상적인 선거를 염두에 두고 제한액을 설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판이하다. 굳이 위의 예를 들지 않아도 요즘 선거판에서 순수한 의미의 '자원봉사자'는 친인척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정말 돈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궁핍한 선거를 치르는 후보자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후보자는 사실상 선거법 위반의 덫을 감내해야만 한다. 이를 방지하기위해서는 제한액을 다소 현실화하든지 아니면 제한액 준수여부를 철저하게 단속토록 해야 할 것이다.

법정선거비용 준수여부도 문제지만 더욱 한심스러운 부분은 돈 공천이다. 이른바 공천헌금이라는 불법자금을 받고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직을 매매하는 행위다. 이 현상의 기저에는 지역구도 정치와 단체장의 정당공천제가 도사리고 있다. 이 과정은 워낙 은밀히 행해져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공천이 바로 당선으로 직결되는 영호남의 일부 지역에서는 가능성이 상존한다. 즉 영남과 호남지역에서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매관매직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후보자로서는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당연지사일 터이므로 금품을 건네고서라도 공천을 받으려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은 출마자들의 돈 상납을 거절하기가(혹은 공천헌금 요구 유혹을 포기하기가)쉽지 않을 터이다.

공천장사의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선 '공천=당선' 등식이 성립되게 한 지역구도의 타파와 기초단체장및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제의 폐지가 선행돼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