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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인연보다 인물과 정책보고 뽑아야한다


 유력정치인들의 광역단체장 출마선언이 잇달으면서 지방선거 분위기가 물씬 달아오르고 있다. 그간 자천, 타천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의 출판기념회도 사흘이 멀다 하고 열리고 있다. 2월2일부터는 광역단체장과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의 예비후보 등록도 시작된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지방선거는 과거의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등과는 여러모로 판이한 형태로 치러질 예정이어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는 유권자 한명이 8장의 기표용지를 받게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역대 최대규모다. 즉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지역구의원, 광역비례대표의원, 기초지역구의원, 기초비례대표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 무려 1인 8표제의 투표가 행해진다. 이 경우 특별히 지방정치나 교육행정에 관심을 가진 유권자가 아니라면 일반 유권자들은 최소 20여명 이상이 난립할 후보자 개개인에 대한 신상파악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노령층의 경우에는 더더욱 후보자들에 대한 정확한 판별이 애매모호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선관위에서는 고육지책으로 유권자 혼선을 최소화해 하기위해 투표용지 색깔을 모두 다르게 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런 방법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지는 난망이다.

바로 이 같은 복잡한 기표방식 때문에 발생할 문제점은 유권자들의 후보분별이 어렵다는 점 말고도 또 있다.

후보가 난립하다보니 후보 개개인에 대한 인물 됨됨이나 후보가 내건 정책, 혹은 후보가 속한 정당의 색깔을 보고 투표하기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얽매인 투표행위가 더욱 극성스럽게 이뤄지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우리민족은 좋게 말하자면 '인연'을, 전북대 신방과 강준만 교수의 표현을 빌자면 '패거리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이 때문인지 과거선거에서도 투표자들이 자신과의 인연 여부를 지지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던 적이 많았다.

특히나 이번 선거는 지방선거라는 특징상 각 후보들은 혈연과 학연 및 소지역주의에 기초한 선거운동을 중점적으로 펼 전망이다. 예를 들면 도지사를 투표할 때 도지사 후보자가 투표자 자신이 사는 시(혹은 군) 출신인지 등에 신경을 쓸 것이란 것이다. 기초지역구의원의 경우는 후보자가 우리 동네 산다는 이유만으로, 그래서 당연히 그 후보자 얼굴을 안다는 점 때문에 그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유권자로서도 각종 후보자가 난립해 8번이나 투표하는 마당에 기표할 때마다 일일이 후보자의 인품과 능력을 정확히 가늠해보고 투효한다는 게 여간 어렵지 않을 것이다.

지방선거는 여타 선거와는 달리 유권자들의 지방행정과 교육행정의 참된 일꾼을 뽑는 선거라는 점에서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좋은 후보에게 투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은 사소한 인연에 연연해하기 보다는 투표장에 가기전에 선거공보물을 사전에 꼼꼼히 살펴보고 미리 지지후보를 확실히 점찍어두고 가야만 할 것이다.

후보자들도 마찬가지다. 기표가 8번 행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문중투표, 동창투표, 소지역주의에 기반한 투표를 조장한다면 이는 결국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도의 본연의 의미를 거스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거관리위원회도 복잡한 기표과정 때문에 자칫 무효표가 빈발해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가 사표가 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야만 한다. 특히 후보자 면면을 알리는 공보물의 제작과 발송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후보자들을 알리는 선거벽보 뿐 아니라 투표절차와 방법 등에 대한 안내공고 등도 별도로 게시하는 등 사전교육도 병행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