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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들/선거일기

최악의 게리맨더링, 후유증이 너무 심각합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19대 총선에서 경기 파주시와 강원 원주시를 갑과 을로 나누고 세종특별자치시에 독립선거구를 신설해 총 3개 지역구를 늘리는 대신 영ㆍ호남에서 각각 1석씩 총 2석을 줄이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또 국회의원 의석수를 299석에서 300석으로 늘리기로 했습니다.

당초 선거구획정위원회의 건의안을 통째로 무시한 이 합의안은 여야간에 서로 유리한 지역에서만 선거구를 늘리는 내용이 핵심인 전형적인 야합이어서 혹독한 민심의 비판을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 같은 분구와 합구의 비합리성 못지않게 더 비난받아야할 대목은 인구비례 1:3원칙을 지키기위해 행정구역을 덕지덕지 떼어 붙인 조치입니다. 특히 인구 31만을 상회해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각각 분구를 권고한 용인시 기흥구와 수지구의 경우 인구 상한선을 맞추기위해 기상천외한 행정구역 변경조치를 해버렸습니다. 구체적으로 수지구 상현2동을 기흥구로 편입시킨 대신 기흥구 동백동과 마북동을 처인구로 편입시켰습니다. 이로 인해 상현2동 주민들은 차로 불과 5분거리인 수지구청 대신 20여분 소요되는 기흥구청을 이용해야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기흥구 동백동과 마북동의 처지는 더욱 황당합니다. 전통적으로 과거 구성읍 관할이었던 이 지역은 이제 가까운 기흥구청 대신 메주고개를 넘어 처인구청을 드나들어야만 합니다. 특히 마북동의 경우는 기흥구 관내인 청덕동이나 언남동을 거쳐서 다시 처인구로 진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한마디로 마북동은 지리적으로 처인구 소속이지만 기흥구 생활권에 섬처럼 붕 떠버린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경기도민이 경기도청을 가는데 강원도를 거쳐서 가야하는 셈입니다.

어느 분의 머리에서 나온 꼼수인지는 모르지만 이는 제가 과거 정치부기자 생활중에 경험한 게리맨더링 가운데 가장 최악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기흥구가 분구가 되지 않아 안타까운 점 못지 않게 더욱 황당한 것은 기습적으로 처리된 행정구역 개편안에 따라 이번 총선 후보 선출을 위한 국민경선을 실시한다면 극심한 혼란이 야기된다는 점입니다. 당장 동백동 등 특정지역에서 국민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해온 후보들은 일거에 상당수의 선거인단을 잃어버리는 사태에 봉착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느 후보는 자신을 위한 투표조차 할 수 없는 처지가 될 수 있습니다. 기흥구 동백동에 주소를 둔 저와 같은 경우 기흥구 후보 선출을 위한 선거인단 자격을 상실해 제가 저를 위해 투표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때문에 저는 이번 공천심사위 면접 당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며 최소한 경선때까지 만이라도 현재의 행정구역대로 국민경선을 치러야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정개특위 민주당 간사이자 공심위원인 박기춘의원도 제 말이 일리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하여 다시금 요청합니다. 선거구 획정이 늦게되는 바람에 후보자 본인이 국민경선과정에서 자신을 위한 선거인단마저 될 수 없는 희한한 사태를 방지하기위해 국민경선에서는 현 행정구역대로 경선을 치를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