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대통령은 천신일을 당장 불러들여야


지방선거 참패로 위기에 처했다가 ‘공정사회’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기사회생한 이명박 정부가 최근 대통령 친구가 연루된 사건으로 다시 벼랑 끝에 섰다. 다름 아닌 천신일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천신일이 누구인가. 박연차 게이트 이후 또 다시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67)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현 정권의 실세라 한다. 경남고 졸업 후 1961년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천 회장은 농촌봉사 동아리인 ‘한국농어촌문제연구회’ 회장을 지내며 입학동기로 상과대 학생회장이던 이 대통령과 처음 만났다. 이후 한·일국교정상화 반대를 이슈로 한 이른바 6·3사태의 주역으로 함께 활동하며 우정을 쌓았다. 햇수로 치면 거의 반세기에 걸쳐 인연을 맺은 죽마고우임이 분명하다. 대학졸업 후 현대에 입사해 잘나가던 이 대통령과 중소기업을 차려 비교적 성공가도를 달리던 천 회장은 1980년대 후반에 같은 아파트에 살 정도로 절친했다.

둘 사이의 관계는 이 대통령이 정치권에 투신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고 한다. 특히 김덕규(전 국회부의장), 조홍규(전 민주당의원), 박정훈(전 민주당의원) 등과 최장집, 서진영 고려대교수 등 재재다사를 배출한 고려대 정외과 61학번 출신인 천 회장은 다양한 정치권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 대통령에 대한 튼실한 후견인 역할을 도맡았다.

천 회장의 역할은 지난 대선때 정점에 달했다. 그는 2007년 고려대 교우회장을 맡아 동문들의 지지를 이끌어냈으며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특별당비 30억원을 낼 때도 도움을 줬다. 당시 이 대통령이 이 돈을 한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을 때, 천 회장은 이 은행에 자신의 예금 30억원을 예치해 담보로 제공했다. 이후 천 회장이 당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바로 이 같은 배경 때문에 천 회장은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유력한 최측근이자 실세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표적인 친구로 천 회장을 꼽을 정도였다.

하지만 천 회장은 정권이 출범한 직후부터 이런저런 사건에 휘말리며 구설수에 오르기 시작했다. 맨 먼저 터져 나온 것은 지난해의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였다. 천 회장은 세무조사를 받지 않도록 청탁해주는 대가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천 회장에 대해서는 수사를 미루다 야당이 문제삼자 불구속기소했다. 그는 1, 2심 모두 무죄를 받았다.

그러나 또 다른 사안이 불거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졌다. 천 회장이 이 정부가 출범한 2008년을 전후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인 임천공업 이수우 대표로부터 금융기관 대출 알선 등의 청탁 대가로 40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그는 마침내 피의자 신분으로까지 전락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1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천공업 횡령 사건 수사와 관련해 천 회장이 ‘피의자 신분’이라고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이 때는 이미 그가 해외로 도피한 이후였다. 바로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검찰의 수사의지가 형식적임을 잘 알 수 있다. 임천공업에 대한 압수수색일은 8월10일이고 천 회장 출국일은 9일 뒤인 8월19일, 이 대표 구속일은 8월27일이었다. 또한 검찰은 김준규 총장이 천 회장을 피의자라고 언급한 지 열흘 후에야 세중나모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천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나 세중나모에 대한 압수수색 모두 수사상식에 비추어보면 사후약방문이었던 것이다. 천 회장은 지난 8월 일본으로 출국한 뒤 현재 디스크 수술 등을 이유로 미국 등을 거쳐 현재 다시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과 주변의 귀국종용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를 뭉개 채 버티고 있다. 이쯤되면 사안은 분명해진다. 둘도 없는 친구라는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귀국을 요청해서라도 그를 불러들이면 될 것이다. 대통령의 요청하면 그가 귀국하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공정사회를 외치는 이 대통령의 조치가 주목된다.

/2010.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