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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과 노무현 탄핵사태




일요일이던 지난 22일 낮 주말 뉴스거리를 챙기던 정치부기자들은 청와대에서 흘러나온 깜짝 놀랄 소식을 접하고 동분서주해야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으로 알았던 하루 전 토요일(21일)에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청와대에서 비공개 오찬회동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 대통령과 박 전대표의 회동은 그간 여권 내부에서 필요성성만 거론돼왔을 뿐 성사여부가 불투명했던데다 회동 시기도 미묘해 단연 주목을 끌었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회동은 2007년 대선 이후 이번이 6번째이지만 지난해 9월 박 전 대표가 특사자격으로 유럽을 방문하고 돌아와 귀국보고를 한 이후로는 처음이니 무려 11개월 만의 만남이었다.

이날 둘의 회동은 두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배석자없는 둘만의 단독회동이었다는 점과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는 회동결과 내용이었다.

먼저 단독회동에 관해서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 비밀스럽게 이뤄졌던 여야영수회담처럼 뒷맛이 개운치않다는 점에서 여론의 비난이 뒤따랐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는 대통령과 야당 당수간의 회담이 끝나면 단독회동이라는 이유로 항상 ‘밀약설’, ‘뒷거래설’ 등이 난무했다. 이번에도 언론 눈을 피해 몰래 이들이 만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 궁금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는데도 양측은 정권재창출 합의라는 짤막한 내용만을 흘렸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보수언론의 선두주자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이번 비밀회동을 비판하고 나섰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23일자 지면에 <李-朴 회동 ‘깜짝쇼 찔끔 공개’ 국민 무시다>라는 사설에서 “대통령이 여당의 실력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국정행위다. 그런데도 비밀 회동 방식을 택하고, 더구나 회동 결과를 청와대가 당당히 발표하지 않고 박 전 대표 측이 ‘찔끔 공개’ 한 것은 ‘그들만의 정치’일 뿐,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24일자 기사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 회동은 성사되는 과정의 모양새도 정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평소 한나라당 정권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던 두 신문이 갑자기 이번 회동에 흠집을 낸 이유가 궁금하지만 어쨌든 이 신문들의 지적은 타당하다.

두 번째는 ‘정권재창출을 위한 공동노력 합의’ 운운한 회동내용으로 미루어 이 대통령이 선거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점이다. 잠깐 6년전인 노무현 대통령시절로 돌아가보자.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사태는 2004년 2월 24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대통령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이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을 기대한다”,“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라고 한 발언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새천년민주당과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선거중립의무를 위반했다고 공세를 폈고 3월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노 대통령에게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을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이를 단초로 양측의 대립이 격화하다 결국 국회의 탄핵의결과 헌법재판소의 탄핵기각으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번에도 야당이 이 발언을 문제삼았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박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권재창출 노력’운운한 것은 '선거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선관위의 조사를 요구했다. 공직선거법 9조에는 '공무원,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는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의 행사 기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대해 중앙선관위 이기선 사무총장은 25일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만나 '정권 재창출'과 관련한 발언을 한 것과 관련, "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거의 비슷한 내용의 대통령 발언인데도 6년전에는 위법이요, 이번에는 위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명백한 이중잣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통상 선거법 위반여부를 따져볼 때는 발언의 고의성, 반복성, 시기적 민감성 등이 중요하게 감안된다. 선관위관계자는 “선거가 2년여나 남은 데다 반복된 발언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이처럼 오해를 살 여지가 있는 발언을 다른데도 아닌 청와대 안에서 다시 언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설사 정권재창출을 염원한다고 하더라도./201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