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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지방선거라는 전투에서 이긴 민주당이 총선과 대선이라는 전쟁에서도 이기려면


한편의 드라마 같던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성적표만을 보면 한나라당이 대패하고 민주당이 완승을 거둔 것처럼 보인다. 당초 여당이 일방적으로 리드하던 여론조사에 견주어 봐도 민주당이 환호작약하는 게 이해가 갈만하다. 이번 선거가 사실상 지옥 문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생환한 셈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이 승전보에 젖어 희희낙락하는 잔칫상에 잿밥을 뿌릴 생각은 없다. 나름대로 몇 가지 의미있는 결과를 만들어낸 점은 박수를 쳐 줄만하다.

먼저 민주당은 이번에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와의 선거연대를 일정부분 성사시켰다. 비록 진보신당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는 바람에 모양이 구겨지긴 했으나 대부분의 광역단체장과 수도권지역 기초단체장 후보를 양보와 정책연합의 틀 속에서 후보단일화를 이뤄냈다. 이는 7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도 소중한 자산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는 이른바 386세대인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인,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인, 이광재 강원지사 당선인을 배출해냄으로써 세대교체의 물꼬를 튼 점이다. 여기에 더해 사실상 야권 단일후보인 김두관씨를 지원해 경남지사에 당선시킨 점도 대단한 성과다. 그의 당선은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필생의 과업으로 여겼던 지역구도 타파가 영남지역에서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 파천황(破天荒)의 쾌거다.

하지만 이 같은 밝은 면의 이면에 감추어진 부정적인 면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민주당의 승리가 과연 국민들이 민주당을 수권대안정당으로 인정해서 지지해줬느냐의 여부부터 짚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민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과 거대여당의 독주가 역겹고 싫증나서 야당을 지지한 것이지 민주당이 예뻐서 찍지는 않았다. 이는 선거후에 드러난 여론조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선거 후인 4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야당 후보를 지지한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38.5%가 ‘대통령이 일을 잘못해서’라고 대답했고 ‘야당이 싫어서’가 20.0%, 정권견제 5.1%로 나타났다. 이를 종합하면 여권에 대한 반대 차원에서 야당을 찍었다는 여론이 63.6%에 달하는 셈으로 이는 여권으로부터의 광범위한 민심위반이 야당의 승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KSOI와 한국지방정치학회가 공동으로 최근 주최한 ‘6.2 지방선거 평가 및 향후 한국정치 전망’ 토론회에서 기조발제에 나선 경남대 김용복 교수의 지적도 주목할 만하다. 김 교수는 여당 패배의 원인에 대해 반대의제의 독점, MB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추진과 소통부재에 기인한 반(反)한나라당 정서의 확산, 북풍의 영향과 역효과 및 공천과정의 불만 등을 꼽았다. 김교수는 “야권의 후보단일화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보다는 반한나라당 정서를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는 선거경쟁의 양자구도를 만들어 유권자의 선택을 쉽게 만들었다”고 해석하고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안,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조치들로 인해 잠재된 현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투표참여로 표출되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모두 일리 있는 분석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뤄낸 성과에도 불구하고 찜찜한 부분은 여전히 상존한다. 당초부터 흐름을 제대로 짚지 못한 여론조사에 비해 대단한 성적을 올리긴했지만 대통령 임기중반에 중간평가식으로 치러진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했던 과거의 전례에 비춰보면 이번의 승리는 오히려 판정승에 불과하다. 특히나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패한 것은 무슨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후보의 결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혹은 선거전략의 실패인지에 대해 민주당은 냉철한 반성을 해야만 할 것이다. 민주당은 왜 국민들이 '전폭적 지지'가 아닌 '제한적 지지'를 보냈는지에 대해 고민을 거듭해야한다.

그러나 선거이후의 민주당의 모습을 보면 국민들의 제한적 지지에 대한 성찰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벌써부터 재보궐선거의 공천싸움과 차기 전당대회에서의 당권투쟁이 전초전에 돌입한 것 같다. 특히 선거 결과에 고무된 탓인지 민주당의 '고문'급에 해당하는 '과거의 인물'들이 은평 보궐선거에 출마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는 세대교체라는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는 민심 역주행이다. 민주당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어떤 행태를 보이는 지에 민주당의 앞날이 달려있다. /2010.6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