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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로 본 세상이야기

김대중 대통령님 영전에 바칩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영전에

김대중 대통령님, 설마 했는데 기어이 가시고 말았군요. 노무현 대통령을 갑작스레 잃고 비탄에 빠졌던 게 불과 얼마 전인데, 도저히 믿기지 않습니다.

대통령님의 안타까운 서거에 즈음해 이미 수많은 추모의 글이 이어지고 있는 마당이어서 제가 또 하나의 헌사를 영전에 바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마는 참여정부의 전북출신 인사의 입장에서 한 말씀 올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글월을 올립니다.

대통령님은 이미 한국의 대통령을 넘어서 아시아, 나아가 범세계적 지도자였음을 각국 정치수반의 추모말씀과 언론의 보도로 새삼 확인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저의 이 글이 자칫 췌언(贅言)이 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하지만 '민주정부 10년'을 '잃어버린 10년'이라 비하하며 대통령님께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각오로 일으켜 세운 '민주대한민국'을 훼절하려는 집단이 득세하고 있는 시절이어서 저희들의 감회가 남다르기 그지 없습니다. 하여 슬픔에 겨워도 토해내지 않을 수 없는 참담한 저희들의 바램과 후회의 변도 함께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대통령님은 먼저 오늘날 전북의 희망이자 도약의 교두보라 할 새만금사업의 실질적 산파였습니다. 새만금사업의 태동은 군사정권을 연장하려는 군부정권의 정략적 미끼에서 비롯됐습니다. 1987년 제13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기만적인 '6․29선언'으로도 불안했던 민정당 세력은 호남달래기의 일환으로 새만금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것입니다. 그러나 재집권에 성공한 민정당정권은 언제 그랬냐 싶게 새만금사업을 내팽개쳐버렸습니다. 바로 이 시점, 즉 1991년 당시 평화민주당 총재였던 대통령님께서는 노태우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공약 이행을 강력히 촉구하며 200억원의 새만금사업비를 받아냈고 마침내 그해 11월 역사적인 기공식을 갖게 됐던 것입니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대통령님의 소회가 남달랐음은 퇴임 후에도 2번이나 부안을 방문했다는 사실 등으로 전북인들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은 또 전북에서 많은 인재를 발탁해주셨습니다. 이미 정계의 큰 지도자로 성장한 정동영, 정세균, 이강래, 김춘진 의원 등이 대통령님의 부름으로 정계에 나아갔습니다. 또한 한승헌(감사원장), 한광옥(청와대 비서실장), 오홍근(청와대 공보수석), 강봉균 진념(재경부장관), 전철환 박승(한은총재), 신건(국정원장)씨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물론 대통령님께서 야당, 혹은 여당 총재로 계실 때 일부 도민의 정서와는 어긋난 인물을 공천하는 바람에 도민들을 혼란케한 적도 더러 있었습니다만 이는 저 태양같은 휘광에 스쳐간 구름 한 조각이었다고 이해하겠습니다.

대통령님, 저희들은 또한 지난 노무현 대통령 장례기간의 탁월한 정무적 행보에 대해서도 존경의 념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님은 봉하마을 쪽에서 추도사를 부탁드리자 정말 흔쾌히 수락하셨습니다. 비록 정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노 대통령 영전에는 바치지 못했지만 차후에 공개된 추도사를 통해 대통령님의 사려깊은 마음을 헤아리고 저희들은 오열했습니다.

대통령님은 5월28일 불편한 몸을 이끌고 서울역앞 시민분향소를 찾아 "평생 민주화 동지를 잃었다""내 몸의 절반이 무너진 것 같은 심정"이라며 "시청 앞에서 분향하는 것도 막고 있는 등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고 역설했습니다.

또한 채 못 읽은 추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 당신, 죽어서도 죽지 마십시오. 우리 마음속에 살아서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 남북관계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힘이 되어주십시오....각성하는 시민이어야 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6.15남북공동선언 9주년행사에서도 "지금 도처에서 이명박 정권에 대해서 민주주의를 역행시키고 있다고 한다, 오랜 정치한 경험으로(보건대) 만일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현재와 같은 길로 나간다면 국민도 불행하고 이명박 정부도 불행할 것이라는 것...여러분께 간곡히 말하고 싶다. 행동하는 양심이 됩시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다."고 유언처럼 말씀하셨습니다.

현 정부인사들, 심지어는 대통령님을 마구 폄훼했던 보수언론들마저도 대통령님께 추모의 뜻을 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적절치 못한 발언으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돈키호테적 사고(박희태 한나라당대표)", "한국판 호메이니(장광근 한나라당 사무총장)", "국가 원로다운 언행을(조선일보)", " '민주' 탈 쓰고 반민주 부추긴 DJ의 정권타도 선동(동아일보)"등의 막말을 쏟아냈던 저들이 마음속으로까지 개과천선했다고 감히 믿어볼 셈입니다. 그러나 저들의 언행을 결코 잊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신 "선거 때는 나쁜 정당에 투표하지 말고 바른 정당에 투표해야 한다"는 님의 사자후를 역시 기억할 것입니다.

대통령님, "당신(노무현)은 저승에서, 나는 이승에서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민주주의를 지켜냅시다. ...부디 저승에서라도 끝까지 국민을 지켜주십시오. "라고 토로했던 말씀대로 노무현 대통령님과 함께 못다 한 회포를 푸시고 이 나라를 지켜주십시오. 저희들도 영호남이 함께 어깨를 걸고 님들의 뒤를 따르겠습니다. 삼가 엎드려 명복을 빕니다.  200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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