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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어온 길/추천사를 통해 본 윤승용

유종필[관악구청장, 전 민주당 대변인] 1 그램의 생각으로 1 톤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1 그램의 생각으로 1 톤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


윤승용은 나와 한국일보 입사 동기이다. 내가 한겨레 창간에 참여하여 한국일보를 떠났기 때문에 그와 함께 지낸 기간은 몇 년 되지 않는다. 그 앞뒤로 그와의 인연도 결코 적지는 않지만, 내가 이 ‘물건’에 대해 보증할 수 있는 기간은 함께 지낸 한국일보 초년병 시절이다. 사실 나는 사람에 대한 보증을 서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성격이기도 하고, 다른 기간은 더 적절한 분들이 보증을 할 것이라 들었기 때문에 내가 어설프게 나서지 않기로 한다.


나는 입사 초기 힘든 기자 견습에도 불구하고 한국일보의 자유분방하고 끈끈한 분위기에 매료되어 있었다. 우리가 입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내에서는 제법 쓸 만한 놈들이 많이 들어왔다는 평이 돌기 시작했다. 내가 볼 때도 선이 굵고 개성 강한 인물들이 여럿 있었다. 그러다보니 선배들로부터 늘 주목받고 어떤 때는 미움도 받았을 뿐더러 우리끼리 모여도 항상 소란스럽고 다사다난했다.


지금 이름만 대면 금방 알 수 있는 이러한 개성 강한 인물들을 놓고 순위를 매기는 것은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쉽지도 않은 일이지만, 나는 당시 그 가운데 단연 윤승용을 첫째로 꼽고 있었다. 어느 집단에서나 동기생들 간에는 경쟁의식이 치열하고, 더욱이 올챙이 시절에는 사소한 것을 놓고도 은근히 경쟁을 하게 마련이다. 그런 속에서 윤승용은 내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인물로 여겨졌다. 이 ‘불편한 진실’을 여기서 밝히는 바이다. 그 뒤 나는 언론계 안팎에서 윤승용의 착실한 성장과 뛰어난 활약을 보면서 나의 사람 보는 안목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곤 했다.


내가 가까이서 본 윤승용은 1 그램의 생각을 곧바로 실행에 옮겨 1 톤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다. 역사의식이 뛰어나고 생각이 깊은데다 엄청난 활동력까지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이야기다. 매사에 논리적이면서 감수성도 풍부하다. 시야가 넓고, 배짱도 두둑하여 그 육중한 체구 속에 언제나 파괴력을 간직하고 있다. 유머감각과 재치도 뛰어나 술자리에서도 늘 주도적인 지위를 놓지 않는다. 술자리에서 술을 엄청 마시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레 두목처럼 행세하는 그를 보면 보스 기질도 타고난 것이 분명하다. 인적 네트워크도 보통 넓은 게 아니다. 통속적인 것 같다가도 선을 넘지 않고 고상한 면모를 보이는 것도 매력이다. 이러한 윤승용을 한마디로 말하면 문무를 겸비한 통 큰 사나이다.


이런 윤승용이 정치를 시작했다. 나는 정치를 한 번 해보겠다는 사람에게 어지간해서는 찬성 의견을 내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어언 20년 가까이 정치권의 귀퉁이에서 고생한 일을 생각하면서 그 고생과 정성으로 다른 일을 했으면 훨씬 더 큰 보람을 이뤄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 대목에서 문득 내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이고 싶어진다. (친구야 양해 바란다.) 나는 한 때 중앙 무대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 그 때는 국회 기자실 마이크 앞에 서면 어떠한 이슈든지 내 소신대로 거침없는 코멘트를 내놓아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내 인생의 가장 화려한(?) 시기였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을 추억으로 돌리고 제2의 고향인 관악에서 실사구시의 행정을 펴는 데 여념이 없다. 몸도 마음도 관악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데 이 재미와 보람도 보통 쏠쏠한 것이 아니다. 나는 2010년 초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단둘이 아침밥을 먹으면서 구청장 출마 의향을 조심스레 드러낸 적이 있다. 좁은 범위에서 작은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평소 소신을 밝히자 그는 적극 찬성하며 나를 고무 격려해주었다. 나는 지금 생활정치에 전념하면서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 정치에 투신한 보람으로 삼기 위해 땀 흘리는 중이다.


이처럼 관악 밖의 일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지내던 어느 날 사무실 근처에서 윤승용과 젓가락질을 함께 하게 되었다. 그 자리에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겠다는 그의 계획을 처음 듣고 나는 무조건 대찬성 의견을 냈던 것으로 기억된다. 무엇보다도 그는 적성도, 특기도 정치에 딱 맞는 인물이다. 위에서 언급한 그의 장점은 정치에 딱 들어맞는 덕목이 아닌가.


지금 전국적으로 수많은 정치 지망생들이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이 가운데 윤승용은 프로야구로 치면 단연 ‘거물 신인’임에 틀림없다. 정통 강속구에 낙차 큰 커브까지 구사하는 이 신인 투수가 프로야구의 판도를 뒤흔들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기자 때 선이 굵었던 것처럼 정치권에서도 통 큰 정치를 하여 큰 성공을 이룰 것으로 굳게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못 다한 중앙무대에서의 아쉬움을 뛰어난 친구가 시원하게 떨쳐줄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글을 마무리 하고나서 문득 에피소드 하나가 떠올라 덧붙인다. 윤승용과 함께 언론사 최초의 노조를 만들 때의 일. 노조 결성을 위한 최초의 조합원 총회를 비밀리에 점조직 방식으로 조직하여 거사를 단행하는데, 장소가 문제였다. 서울 종로2가 YMCA의 친교실로 출범식 장소를 정하여 그가 예약을 했는데, 예약자를 ‘노량진 조기축구회’로 했다는 것이다. 신분도 속이면서 줄이면 ‘노조’가 되니 그 이상 적절한 것도 없으리라. 윤승용의 재치와 유머감각이 이 정도이다.


출처 : 윤승용(2011), 다시, 원칙과 상식위에 선 대한민국을 꿈꾸며, 푸른나무, 추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