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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

정동영과 정세균, 이젠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해라


무소속 정동영 의원이 신건의원과 함께 10일 민주당에 복당했다. 지난해 4월 전주 덕진구 국회의원 재선거 때 민주당이 자신의 공천을 배제한 데 반발해 탈당한 지 10개월 만의 친정 복귀다.

정 의원은 복당 다음날인 11일 의원총회에서 동료 의원들에게 정식으로 복당 신고를 했다. 정세균 대표가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며 흩어졌던 민주개혁세력이 힘을 합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꽃다발을 전하자 정 의원은 “지난 10개월 동안 의총에 정말 참석하고 싶었다. 얼마나 귀한 자리인지 실감했다”며 감격해했다. 일단은 '백의종군'이나 다름없는 낮은 자세를 취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이후의 흐름을 보면 정 의원의 복당으로 민주당이 복잡한 계파 간 세력다툼이 커질 것이라는 언론의 예측이 불행하게도 적중해가는 듯 하다. 정 의원은 1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력 다툼, 당권 경쟁으로 날을 샌다면 당이 날이 샌다. 지방선거일까지 100여 일, 후보 등록까지 90여 일 남았다. 그 전까지 국민 관심의 중심에 서야한다. '불통'으로 상징되는 현 정권과 달리 소통의 첨단에 서야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같은 날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세력화에 결코 관심을 갖고 있지 않으며 주류, 비주류와 같은 분열적 개념의 폐기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예의 '낮은 포복'을 견지했다.

그런데 요즘 민주당 내에서 가장 민감한 지방선거 공천방식에 대해선 현 정세균 대표 체제에 날을 세웠다. 정 의원은 “시민공천배심원제도 좋은 안이 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나는) 국민경선론자”라고 밝힌 뒤 “가령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민의 손에 의해 뽑힐 때 힘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현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추진중인 시민공천배심원제보다 국민경선제에 힘을 실은 것이다. 지방선거 공천방식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각을 세우고 있는 시점이어서 정 의원의 이날 발언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비록 10개월만의 귀가이지만 당내 계파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는 할 말은 하겠다는 결기를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은 경기도지사 후보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시민공천배심원제를 둘러싼 이견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결국 자파세력 확장을 둘러싼 수싸움이다. 정 대표 측으로선 중앙당의 입김이 작용하기 쉬운 시민공천배심원제를 선호하는 게 당연하다. 현재 비주류 신세인 정 의원으로선 정 대표 체제의 확장은 자신에게 궁극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외견상 화합모드와는 달리 내부적으로는 세싸움이 재연되는 이유다.

갈등의 양축인 정 대표와 정 의원은 여러모로 인연이 많다. 모두 전북출신인데다 15대 국회 입문 동기다. 정 의원은 스타 앵커출신, 정 대표는 성공한 경영인으로 김대중(DJ)총재에게 발탁됐다. 둘은 과거 '밀알'이란 의원모임을 함께 하는 등 한때 친한 사이였다. 하지만 권력의 고지에 접근할수록 관계가 묘해졌다. 결정적으로 지난해 재선거 때 틀어졌다. 언론은 DJ이후의 차기 호남주자를 놓고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둘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차라리 득이 될 수도 있다. 역사를 보면 정치인은 라이벌이 있어야 시너지효과를 내며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40대기수론'을 내걸고 일거에 원로들을 고려장시키며 등장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쟁관계가 대표적이다. 미국의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경우도 유사하다.

하지만 이젠 이 두 정치인이 계파정치라는 과거의 낡은 틀에서 탈피한 새로운 모습의 경쟁을 해나갔으면 싶다. "계파를 떠난 큰 정치를 하겠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실제 행동으로 보여 달라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줄세우기식 보스정치보다는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정책의 차별성으로 경쟁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미래가 없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내사람 챙기기식 공천싸움이나 한다면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겪어야했던 국민의 싸늘한 냉소를 다시 마주쳐야 할 것이다.